
ChatGPT와의 상호작용을 통한 대학생의 글쓰기 경험 탐색: 문화역사적 활동 이론의 모순을 중점으로
초록
본 연구는 ChatGPT와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글쓰기 과제를 수행한 대학생들의 경험을 질적으로 탐색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하여 13명의 대학생을 사례로 선정하였고, 2회의 인터뷰 내용을 질적으로 분석하여 코드를 도출하였다. 문화역사적 활동 이론의 모순 개념에 근거하여 학습자들의 경험을 탐색한 결과, 학습자들은 요소 내 모순을 의미하는 1차 모순과 요소 간 모순을 가리키는 2차 모순을 모두 경험하고 있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음을 확인하였다. 본 연구는 교수학습 생태계에 새로이 등장한 생성형 인공지능 ChatGPT의 역할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논의하고 나아가 인간과 기계의 이상적인 관계 맺음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하였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
Abstract
This study attempted to qualitatively explore the experiences of college students who performed writing tasks through interactions with ChatGPT. To this end, 13 college students were selected as examples, and higher codes were derived by qualitatively analyzing the contents of interviews. As a result of searching the students' experiences based on the concept of contradictions of Cultural-Historical Activity Theory, it was confirmed that the students were experiencing both primary contradictions that meant contradictions within elements and secondary contradictions that indicated contradictions between elements, and were making their own efforts to solve them. This study is significant in that it positively discussed the role of ChatGPT, a new Generative Artificial Intelligence(GAI) that has emerged in the teaching-learning ecosystem, and further provided implications for the ideal relationship between humans and machines.
Keywords:
ChatGPT, Learner-ChatGPT Interaction, Writing, Cultural-Historical Activity Theory키워드:
학습자-ChatGPT 상호작용, 글쓰기, 문화역사적 활동 이론1. 서론
2022년 11월 30일 대화 방식의 생성형 인공지능 챗봇인 ChatGPT가 세상에 공개된 이후, 교육계는 이 생성형 인공지능을 어떻게 교육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해오고 있다[1]. 또한 대화 상대로서의 ChatGPT의 능력을 확인함에 따라 ChatGPT를 단순히 교육적 도구로 활용하는 것을 넘어 학습자가 ChatGPT와 상호작용하는 것이 어떠한 교육적 효과를 야기할 수 있는지에 관한 관심 또한 증가하고 있다[2, 3, 4].
생성형 인공지능이 대화 참여자인 교육적 대화는 기존에 연구되었던 수업 대화나 학습 대화와 같은 교수학습 구성원 간의 상호작용과는 구별되는 새로운 유형의 상호작용이다[5]. 따라서 이전 교수학습 환경에는 존재하지 않던 에이전트인 생성형 인공지능이 교수학습 상황에 새로이 진입하게 된 상황에서, ChatGPT를 교육적으로 활용하거나 교육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이와 협력하기 위해서는 이 새로운 상호작용의 메커니즘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6].
Watson과 Romic(2024)은 대규모 언어 모델이 단순한 외부적 개체가 아니라 교육 및 사회 시스템과 복잡하게 얽혀 있는 시스템이라고 언급하며, 결과적으로 우리는 이 대규모 언어 모델을 교육 및 사회 시스템에 책임감 있게 통합하는 방향으로 향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7]. ChatGPT는 개인의 사고, 행동, 의사소통, 그리고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그로부터 영향을 받는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한다[7]. 따라서 하나의 시스템으로서의 ChatGPT가 그 상위 시스템인 교육 시스템 혹은 교수학습 시스템과 구조적 결합(Luhmann, 1995)을 이루며 공진화하기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그 상위 시스템 내에서 가장 중요한 구성 요소인 시스템으로서의 인간 학습자의 사고와 행동에 어떠한 방식으로 영향을 주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8].
이에 시스템적 관점으로 학습자-ChatGPT 간의 대화형 상호작용을 바라봄에 따라 이를 탐색하고 그것을 기술하는 데에 있어 문화역사적 활동 이론(Cultural-Historical Activity Theory)을 그 틀로 활용하고자 하였고, 주체인 학습자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 공간인 객체로는 글쓰기 과제를 제시하고자 하였다. 글쓰기는 창조의 행위 속에서 글쓴이가 본인의 사고를 조정하고 조직하는 과정이다[9]. 높은 수준의 인지적·창조적 사고를 통해 이루어지는 글쓰기는 지금까지 인간의 지적 고유성을 보존하는 과업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그러나 Chat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인하여 인간 중심 글쓰기는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10]. 더 이상 글쓰기에서 ChatGPT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만큼, 그렇다면 어떻게 ChatGPT와 협력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지에 관한 연구 또한 매우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연구자들은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의 글쓰기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새로이 정립하고 있다. 많은 인지적 문제를 해결해가며 새로운 의미를 구성하는 과정인 글쓰기 과정에서 생성형 인공지능과 대화를 나누며 이를 구현하게 됨에 따라 이에 대한 학습자의 메타인지가 더 중요해졌다[11]. 이에 조별(2023) 또한 인간 고유의 지적 활동을 보존하는 동시에 생성형 인공지능과 상호작용하는 능력을 육성하여야 한다고 언급한 바가 있다[10]. 오선경(2023)은 대학생들이 ChatGPT를 활용하여 에세이를 작성할 때 시간 절약과 효율성 측면에서 도움을 받았음을 확인하였고[12], Mahapatra(2024) 또한 인도에서 영어를 제2언어로 사용하는 대학생들의 영어 글쓰기에 있어 ChatGPT가 학생들의 학술적 글쓰기 능력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13]. 더불어 이선(2024)은 대학생들이 ChatGPT와 대화를 나누며 영어 작문을 하는 경우, 글쓰기 결과물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학습자들은 낮은 점수를 받은 학습자들보다 ChatGPT의 피드백을 주도적으로 사용하며 보다 연속적인 프롬프트를 사용하고 있었다는 점을 확인하기도 하였다[14]. 이와 같이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의 글쓰기 교육의 방향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는 현재 실정에 맞추어 본 연구는 학습자가 ChatGPT와 상호작용하며 수행해야 할 과업으로 글쓰기 과제를 제시하였다.
인간과 생성형 인공지능의 상호작용에 있어 ChatGPT의 등장이 불을 붙인 지금, 우리는 궁극적으로 사회 속에서의 생성형 인공지능의 역할을 제대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15]. ChatGPT가 인간의 일상에 점점 더 포함됨에 따라 이를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사회적 관계의 일부로 바라보며 이것이 결국 인간과 기계 간 상호작용에 있어 두 주체 간에 그어져 있던 경계선을 흐릿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에 인간과 생성형 인공지능 간의 관계의 본질에 관한 중요한 이야깃거리가 제기되는 것이다[16]. 이를 위하여 본 연구는 사회 시스템이라는 상위 시스템과 구조적 결합을 이루는 교수학습 시스템 내에 생성형 인공지능이 새로운 에이전트로 포함됨으로 인하여 새로이 발현하는 하나의 현상을 깊이 있게 살펴봄으로써, 해당 교수학습 시스템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관하여 시사점을 제공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하는 바이다. 따라서 구체적으로 학습자의 경험을 살펴봄에 있어서는 활동 시스템의 변화와 발전의 핵심으로 여겨지는 ‘모순’에 초점을 두고자 한다. 제시한 연구의 필요성 및 목적에 따른 연구 문제는 다음과 같다.
ChatGPT와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글쓰기 과제를 수행한 대학생들은 어떠한 모순을 경험하였는가?
2. 이론적 배경
2.1 학습자와 ChatGPT 간의 상호작용
생성형 인공지능의 기능이 눈에 띄게 향상됨으로 인하여 이를 단순히 도구로 인식하고 사용하는 것을 넘어 학습자와 대등한 관계로서 상호작용하는 주체로 인식할 필요성이 증가하였다[17]. 특히 인간과의 대화형 상호작용이 가능해 보이는 ChatGPT의 등장에 따라 생성형 인공지능과 인간 간의 상호작용은 더 많은 관심을 받게 되었고, 관련 분야의 연구 또한 계속 진행되어왔다. 김형민(2023)은 한국어 학습자가 쓰기 과제와 말하기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ChatGPT와 상호작용하도록 하고 그 내용을 질적으로 분석함으로써 한국어 교육에서의 대화형 인공지능 챗봇의 적용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내다보았고[3], 김혜은 외(2023)는 영어 작문 과정 중 나타나는 학습자와 인공지능 번역기 간의 상호작용 패턴에 따라 학습자들을 의존적, 제한적, 협력적 상호작용 집단으로 구분함을 통하여 학습자와 인공지능 간의 협력적이고 생산적인 상호작용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17]. 또한 김낙훈(2023)은 고등학생 영어 학습자들이 영어 읽기 과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ChatGPT와 상호작용할 경우 ChatGPT의 개입이 학습자들의 인지 처리 과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ChatGPT와 학습자 간의 대화 데이터와 학습자의 사고 구술 자료를 분석하였고, 그 결과 학습자들은 ChatGPT에게 어휘, 문장 해석, 문법 등 상향식 독해와 관련된 질문을 주로 던진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2]. 이와 같은 연구들은 학습자들이 ChatGPT를 개별 보조 교사 정도로 활용하며 학습에 도움을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슷한 맥락에서, 협력 학습 상황에서 ChatGPT가 하나의 에이전트로 포함된 경우를 살펴본 연구들도 있다. Kim 외(2024)는 컴퓨터 지원 협력 학습의 맥락에서 학생들끼리 집단별로 브레인스토밍 활동을 할 때 ChatGPT를 사용하도록 하였는데, 컴퓨터 지원 협력 학습에 ChatGPT를 도입할 경우 학생들 간의 능동적 학습 상호작용은 감소하고 개별 학생과 ChatGPT의 능동적 학습 상호작용은 증가함이 확인되었다[4]. 박하나(2024) 또한 팀 과제를 수행하는 협력 학습 환경에서 학습자들이 ChatGPT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탐색하였는데, 동료 학습자 간 상호작용은 반응적, 메타인지적, 사회적, 인지적 상호작용 순으로 높은 반면, 학습자와 ChatGPT 간 상호작용은 인지적, 메타인지적, 반응적, 사회적 상호작용 순으로 높았으며, 전체 상호작용에서 가장 높은 빈도를 보인 것은 학습자와 ChatGPT 간의 인지적 상호작용이었다[18]. 이러한 선행 연구의 결과로 미루어보아, 학습자는 학습의 다양한 면 중 특히 인지적 측면에서 ChatGPT와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학습자와 ChatGPT 간 상호작용의 패턴 및 양상에 따라 이를 분류한 연구자들도 있는데, Lee 외(2025)는 중등학교 학생들이 ChatGPT와 나누는 자기주도적 상호작용을 바라보고 이를 탐색하였다[21]. 그 결과, 학생들은 각각 ChatGPT를 원천으로 사용하여 복사-붙여넣기 행동을 보인 학습자, ChatGPT를 피드백으로 사용하여 ChatGPT와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한 학습자, 그리고 ChatGPT를 믿지 않고 많이 사용하지 않은 학습자로 분류되었다. 정수정과 임다미(2024)는 ChatGPT를 활용하여 연구를 진행해 본 경험이 있는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심층 면담을 실시하여 인간-인공지능 협력 역량을 탐색하고자 하였다[22]. 연구 결과, 대학원생 연구자들은 연구 주제 설정부터 논문 작성까지 연구 수행 과정 전반에 걸쳐 ChatGPT를 활용하고 있었다. 이들과 ChatGPT 간의 상호작용 양상은 실수 및 오류 검토나 내용 요약 등 작업 시간을 줄이기 위하여 ChatGPT를 활용하지만 상호작용의 결과가 연구 결과물에 큰 변화를 야기하지는 않는 제한적 상호작용, ChatGPT와 지속적으로 대화를 이어가며 연구자의 아이디어나 결과물을 수정 및 보완시키고자 하는 협력적 상호작용, 정서적 교류나 감정적 지원을 포함하는 정서적 상호작용과 같은 세 가지 주제로 범주화되었다.
특히 ChatGPT가 글을 쓰는 생성형 인공지능 챗봇인 만큼 학습자의 작문 활동에 있어서 ChatGPT와의 상호작용은 긍정적인 학습 효과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가 존재할 수 있다. 이에 연구자들은 학습자들이 글을 쓸 때 ChatGPT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살펴보기도 하였다. Han 외(2024)는 외국어로서의 영어 작문 강좌에 참여한 212명의 대학생들이 ChatGPT와 대화를 나누며 본인의 에세이를 수정하도록 한 후, 선행 연구를 참고하여 개발한 코딩 체계에 기반하여 학생의 발언 의도를 분류하였고, 학생의 대화, 에세이 데이터 통계, 학생의 에세이 편집을 중심으로 학생과 ChatGPT 간의 상호작용 패턴을 탐색하고 분석하고자 하였다[19]. 연구 결과, 학생은 ChatGPT를 의인화하는 경향을 보였고, 다중 언어를 구사하는 개체로 인식하여 한국어와 영어를 번갈아가며 사용하기도 하였으며, 주로 교수자보다는 지적인 동료로 인식하는 경향을 보였다. Levine 외(2024) 또한 캘리포니아 고등학생들이 글을 쓸 때 ChatGPT를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살펴보았는데, 이들은 ChatGPT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 본인의 주장을 발전시키고 있었으며, 본인의 글과 ChatGPT의 글을 비교하여 본인들의 글이 가진 고유하고 독특한 목소리를 분명히 하고 이에 대한 메타적 수준의 이해를 쌓기도 하였다[20]. 이를 통하여, 학습자들은 글을 쓰고 수정하는 과정 전반에 걸쳐 ChatGPT와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글을 쓰기 위한 과정에서의 학습자와 ChatGPT 간의 상호작용을 탐색하는 선행 연구들을 근거로, 본 연구에서는 해당 과정 중 학습자들이 경험하는 모순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를 탐색해보고자 한다. 이를 근거로, 인간 고유의 영역이었던 글쓰기에서 ChatGPT를 어떠한 태도로 수용하고 활용하면 좋을지에 대하여 고민해 볼 수 있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2.2 문화역사적 활동 이론
전통적으로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행동을 분석의 기본 단위로 삼아 왔다[23]. 행동주의 심리학자들은 개인의 행동 기질에 초점을 맞추었고, 인지주의 심리학자들은 개인의 정신 구조와 모델을 기반으로 인간의 행동을 설명해왔다. 교육 또한 학습자의 학습 행동을 평가하는 과정에 있어 이러한 단위들을 그 분석 및 설명의 기준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문화역사적 활동 이론(Cultural-Historical Activity Theory, CHAT)은 분석의 단위를 활동 시스템 그 자체로 보는 사회문화적 분석의 형태를 띤다. 문화역사적 활동 이론은, 개인적 수준과 사회적 수준이 동시에 상호 연결된 상황에서, 발전 과정으로서의 인간 실제의 여러 가지 다른 형태들을 연구하기 위한 철학적이고 간학문적인 프레임워크이다[24].
Vygotsky를 중심으로 한 1세대 활동 이론은 ‘매개’라는 개념을 창안하였고, 이 개념은 자극과 반응 사이의 조건화된 직접 연결이 복잡하고 매개된 행동에 의해 초월된다는 Vygotsky(1978)의 삼각형 모델에서 구체화되었다[25]. Vygotsky(1978)는 도구나 기호를 포함한 인공물이 인간의 고등 정신 과정을 가능케 하며, 즉 이것은 인간이 내부 혹은 외부의 세계에 대해 행동할 때 사용되는 수단이라고 보았다[25]. 즉, 행위자로서의 인간은 도구나 기호와 같은 환경 속 매개물에 반응하고, 그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목적에 따른 결과물을 이끌어낸다는 것이다[26]. 이 행동의 문화적 매개에 대한 개념은 흔히 주체, 객체, 그리고 매개하는 인공물의 삼위일체로 표현된다. 활동을 ‘객체를 향해 하는 것의 한 형태’로 정의한 Kuutti(1996)는 객체를 결과물로 변화시키는 것이 활동의 존재에 동기를 부여한다고 주장하였다[24]. 그러나 1세대 활동 이론은 분석의 단위가 개인에 집중되어 있다는 한계점을 지녔고, 이는 Leont’ev를 중심으로 하는 2세대 활동 이론에 의해 극복되었다. Leont’ev(1978)는 개인 활동과 집단 활동의 결정적인 차이를 설명하고, 집단 활동 시스템에 개인 및 집단의 행동을 모두 포함하였다[27]. 그는 인간 개인 활동의 구조에 다른 사람의 활동이 구성 요소로서 존재한다고 보며, 개인이 집단 내 다른 구성원과 이루는 사회적 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였다. 결국 인간의 활동은 처음부터 협력적이라는 것이다. 이에 Engeström(1987)은 Leont’ev가 이러한 사회적 관계를 설명할 수 있도록 Vygotsky의 기본 삼각형 모델을 확장하여 더 복잡한 통합 모델로 제시하지는 않았다는 점을 비판하며, 본인이 직접 활동의 단위를 확장하여 활동 시스템의 모델을 제시하였다[28]. 확장된 모델은 Fig. 1과 같으며, 이는 활동의 사회적 구조를 설명하는 세 가지 추가 구성 요소인 규칙, 공동체, 분업을 포함한다.
인간 활동 시스템 구조 모델에서 윗부분에 있는 삼각형의 주체, 객체, 매개물은 개인의 활동을 설명하고, 아랫부분의 세 가지 요소인 규칙, 공동체, 분업은 개인과 집단 활동 시스템 간의 관계를 보여준다. 활동 시스템의 여섯 가지 요소가 의미하는 바를 정리하면 Table 1과 같다[29].
이렇게 2세대 활동 이론에서의 논의를 모델로 확장시킨 Engeström(1987)은 분석 단위로서의 활동이 전체의 복잡성을 대표하면서, 맥락성 속에서 분석이 가능하고, 문화적으로 매개됨으로써 인간에게 특정되었으며, 정적이라기보다는 동적이라고 정의하였다[28].
그러나 활동 이론이 점차 국제화됨에 따라 다른 전통과 관점 간의 대화나 다양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고, 이에 3세대 활동 이론이 제시되었다. 3세대 활동 이론은 두 개의 상호작용하는 활동 시스템을 분석의 최소 단위로 삼으며, 조직 간의 학습에 집중한다. 하나의 활동 시스템 내 요소들의 상호작용에서 나아가 활동 시스템 간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둔 것이다. 3세대 활동 이론의 특징 중 본 연구에서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변화와 발전의 원천으로서 중심적 역할을 하는 ‘모순’이다. 여기서 모순이란 문제나 갈등이 아닌, 활동 시스템 내부에서 그리고 활동 시스템들 사이에서 역사적으로 축적된 구조적 긴장을 의미한다. 이러한 모순은 갈등과 혼란을 야기하지만, 활동을 변화시키려는 혁신적 시도로 이어지기도 한다. 활동 시스템 모형의 여섯 가지 모서리 각 내부와 그들 사이에서 모순이 발생하고 진화하며[28], 활동 이론에서 활동은 사실상 항상 모순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에 있다[24]. Engeström(1987)은 시스템 내 모순을 네 가지 수준으로 구분하였는데, 1차 모순은 시스템 내 하나의 요소 내에서 발생하는 모순, 2차 모순은 시스템 내 요소 간에 발생하는 모순, 3차 모순은 새로운 모델을 적용하려는 시도와 기존 시스템 사이에서 발생하는 모순, 그리고 4차 모순은 이웃하는 활동 시스템 간에 발생하는 모순이다[28]. 활동 시스템의 모순이 심화됨에 따라 일부 개별 참여자는 기존 규범에 의문을 가지고 그것을 이탈하기 시작한다. 때로는 이것이 변화를 위한 의도적이고 집단적인 노력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그리하여 활동의 목적과 동기가 이전의 방식보다 훨씬 더 폭넓은 가능성을 포용할 수 있도록 재개념화될 때 활동 시스템 내에서 확장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28].
활동 이론은 역사적으로 특정한 지역의 관행, 그 목적, 매개물, 그리고 사회 조직을 이해하는 데에 깊이 맥락을 두며, 이에 근거하여 시간에 따른 인간 행동의 질적 변화를 설명하고자 한다[30]. 이는 문화적 그리고 역사적으로 위치한 인공물-매개적인 관계의 집합에 대한 시스템 수준의 분석을 위한 프레임워크를 제공한다[31]. 이에 활동 이론은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어 왔으며, 특히 인간-컴퓨터 상호작용을 다루는 연구자들에 의해서 활발하게 활용되어 왔다[24, 32]. 필요에 따라서는 활동 이론을 다른 이론과 통합하여 사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다루는 데에 있어 활동 이론은 넓은 활용 범위를 지닌다[33]. 특히 활동 이론은 복합적인 교육 현상을 활동 시스템의 구성 요소와 이들 간의 상호작용 등을 중심으로 분석하는 데에도 유용한 분석 틀을 제공한다[34, 35]. 교수학습은 사회문화적이고 활동 기반인 맥락에서 가장 자연스럽고 유의미하게 발생하는 현상이다[23]. 따라서 활동 이론은 인간 학습의 다양하고 역동적인 과정을 파악하고 이를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분석하는 데에 효과적이다[36]. 이에 교육 연구자들은 복잡한 상황에 대한 풍부한 설명 속에서 데이터를 수집 및 분석하고자 활동 이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26, 32]. 특히 최근 인간 학습자와 ChatGPT의 협력을 살펴봄에 있어 문화역사적 활동 이론을 그 틀로 활용한 연구자들도 있었는데, 채지윤 외(2024)는 ChatGPT를 활용하여 오픈북 시험에 응시한 대학원생의 경험을 질적으로 분석하는 데에 있어 활동 이론을 그 틀로 활용하였고, 이를 위하여 대학원생 6명을 대상으로 심층 면담을 실시하여 ChatGPT 활용 전후의 오픈북 시험 응시라는 활동 시스템의 변화와 모순에 대하여 탐색하였다[37]. 이에 본 연구 또한 ChatGPT와 상호작용하여 글쓰기 과제를 수행한 학습자들의 경험을 살펴봄에 있어 문화역사적 활동 이론을 그 틀로 활용하고, 그중에서도 모순이라는 개념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3. 연구 방법
3.1 연구 방법론
본 연구를 진행함에 있어 연구자는 질적 사례연구 방법론을 채택하였으며, 사례 그 자체에 대한 본질적 이해를 넘어 학습자와 ChatGPT 간의 상호작용을 통한 글쓰기 경험을 탐색하고자 사례를 선정하였다는 점에서 구체적으로는 도구적 사례연구로 구분할 수 있다. 윤리적인 연구 수행을 위하여 E대학교 생명윤리위원회 IRB(Institutional Review Board)로부터 실험 진행의 전반적인 계획에 대하여 심의를 받았으며, 연구는 심의된 내용에 근거하여 진행되었다.
3.2 연구 참여자
본 연구의 연구 참여자는 2024년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의 기간 중 1회(60분) 동안 ChatGPT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연구자가 제시한 글쓰기 과제를 수행한 경험이 있는 대학생 13명이다. 본 연구가 활동 이론의 모순에 초점을 두어 학습자의 경험을 탐색하고자 하였기 때문에 ChatGPT와의 대화를 통해 연구자가 제시한 글쓰기 과제를 수행한 대학생 총 27명을 대상으로 집단 인터뷰을 진행하여 그중 활동 이론의 모순을 경험함이 확인된 동시에 추가 개인 인터뷰에 동의한 대학생 13명을 사례로 선정하였다. 연구 참여자 정보는 Table 2와 같다.
3.3 자료 분석
ChatGPT와 상호작용하며 글쓰기를 완수한 학습자의 경험을 탐색하기 위하여 집단 인터뷰 및 개인 인터뷰 내용을 질적으로 분석하였다. Flick(2009)에 따르면, 질적 연구에서 발화나 진술은 그것이 발생한 맥락 속에서 이해되고 분석된다[38]. 이 점으로 인하여 질적 연구에서의 자료 분석의 코딩은 미리 결정된 코딩 도식이나 체계를 사용하지 않고 개방적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한다. 이에 본 연구 또한 일반적으로 많이 활용되는 질적 연구의 포괄적 분석 절차[39, 40]를 참고하여 귀납적으로 인터뷰 자료를 분석하였다. 구체적인 인터뷰 자료 분석의 절차는 Fig. 2와 같다.
첫째, 전사한 인터뷰 자료를 반복적으로 읽어 전반적인 학습자 경험의 맥락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둘째, 전사 자료를 의미의 단위로 나누고, 본 논문에서 탐색하고자 하는 ‘모순’과 관련된 내용에만 주석의 형태로 코드를 생성 및 부여하였다. 즉, 해당 의미를 요약하여 표현할 수 있는 짧은 단어나 어구를 기재하였다. 이때 코드를 부여받은 유의미한 노드는 총 116개였고, 부여된 코드는 총 74개였다. 노드의 내용이 겹침에 따라 74번째 코드 이후로는 새로운 코드를 생성하지 아니하였고, 한 번 더 자료를 읽어 코드를 정리하고자 하였다. 코드 정리와 관련해서는 ‘스스로 사고한 부분이 매우 적음’과 ‘스스로 사고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는 ChatGPT’와 같이 비슷한 코드가 부여된 경우는 이를 하나(‘스스로 사고한 부분이 매우 적음’)로 통합하기도 하였다. 이 정리 과정을 통해 코드는 총 60개로 감소하였다. 학습자 인터뷰 내용 코딩의 예시는 Table 3과 같다.
셋째, 부여된 코드들을 범주화하여 상위 코드를 도출하였다. 상위 코드를 도출하는 데에 있어서는 상위 코드가 처음 생성된 코드보다 더 높은 추상도를 지니도록 하였다. 상위 코드 도출의 예시는 Table 4와 같으며, 도출된 상위 코드의 개수는 총 5개이다.
넷째, 마지막으로 범주 간의 상위점을 밝혀 더욱 높은 추상도의 최상위 코드를 부여함으로써 이전 범주를 정리하고 통합하여 핵심 범주를 도출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분석의 틀로 활동 이론을 사용하고 그중 1, 2차 모순에 초점을 맞추고자 하였기 때문에 핵심 범주인 최상위 코드를 도출함에 있어 그 틀은 Engeström(1987)이 제시한 ‘1차 모순’과 ‘2차 모순’을 기반으로 하였다. 학습자 인터뷰 내용 코딩 최종 결과는 Table 5와 같다.
4. 연구 결과
연구 참여자들의 ChatGPT와의 상호작용을 통한 글쓰기 경험을 탐색한 결과, Engeström(1987)이 제시한 1, 2차 모순을 모두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시각적으로 제시하면 Fig. 3과 같다.
본 연구에서 다루는 활동 시스템에서 주체인 학습자와 협력하며 함께 활동 시스템을 구성하는 존재는 ChatGPT이다. 학습자의 유일한 협력 상대인 ChatGPT는 활동 시스템의 핵심 요소인 주체의 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혹은 시간에 따라 학습자의 변화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시스템 내에서 학습자와 비슷한 수준의 중요도를 가진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해당 활동 시스템 내에서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주체가 학습자와 ChatGPT임에 따라 모순 역시 이 두 요소에서 발생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4.1 ChatGPT와의 상호작용을 통한 글쓰기 활동 시스템의 1차 모순: 학습자 내 모순
ChatGPT와의 상호작용을 통한 글쓰기라는 활동 시스템에서 주체는 대학생으로, 이들은 활동 시스템 내에서 자기 의지를 가진 채 능동적으로 자기 변화를 이루어가는 유일한 요소이다. 따라서 해당 활동 시스템을 구성하는 요소 내에서의 모순을 가리키는 1차 모순은 주체 요소(학습자) 내에서 가장 뚜렷하게 확인되었다. 학습자 내에서 발생하는 모순은 크게 ‘학습자 스스로의 사고 부족’과 ‘학습자의 사고 범위 제한’으로 분류하였다.
첫 번째로 드러난 모순은 ‘학습자 스스로의 사고 부족’이었다. 대부분의 학습자들은 ChatGPT 없이는 과제를 수행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대답하였으며, 과제 수행에 있어 본인이 ChatGPT에게 예상보다 더 많이 의존하게 되어 학습자 본인이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는 학습자들도 있었다. 학습자들은 ChatGPT와 대화를 나누며 글을 작성하다 보니 스스로 깊이 있게 사고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고 느끼고 있었다.
“근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아무래도 제가 생각하는, 스스로 사고하는 부분이 너무 적다 보니 결과적으로 지금 저한테 남아있는 건 없는 것 같아요. (중략) 그래서 결과적으로 제가 쓴 글이라고 말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P04)
“처음에는 분명 협력이었는데, 하다 보니 의존에 더 가까워졌어요. (중략) ChatGPT랑 말을 하다 보니까 얘한테 너무 익숙해져서 스스로 생각은 많이 못 하게 되더라고요. (중략) 자꾸 이게 맞는지 하나하나 걔(ChatGPT)한테 계속 물어보고, 심지어는 나의 주관적인 생각이 맞는 것인지도 계속 의구심이 들어서 물어보게 되고. 걔는 저한테 자기를 믿으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자꾸 제가 의존을 하게 되더라고요.” (P12)
“얘(ChatGPT)가 진짜 진리인 것 같고 제 생각은 너무 부족해 보이고 이러니까 계속 ChatGPT의 말만 쳐다보고 있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저만의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없어진 것 같아요. 얘한테 창의성을 빌리게 되니까 저는 오히려 창의성을 잃게 되는.” (P13)
주어진 시간 내에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는 환경적 제약 또한 학습자들이 ChatGPT에게 의존하도록 하는 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학습자들은 비평에 본인의 의견을 더 많이 녹이고 싶었지만 깊게 사고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원하는 만큼 행하지 못했고, 이에 아쉬워하였다.
“제가 시간이 없으니까 일단 그 칼럼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ChatGPT가 제시해주는 내용을 너무 믿고 그걸 바탕으로 글을 쓴 것 같아요. 끝날 때쯤 보니까 그 내용을 다 믿으면 안 됐던 것 같더라고요.” (P03)
“(칼럼의) 주요 내용도 파악해야 하고 저자가 가지는 문제 의식도 찾아야 하고 써야 할 것이 많았잖아요. 그래서 (ChatGPT가) 없었으면 제가 읽고 이해는 하겠지만 이렇게 상세하게 기술하기는 어려웠을 것 같아요. 그래서 되게 협력하는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사실 협력이라기보다는 제가 ChatGPT한테 거의 의존했죠.” (P07)
두 번째로 드러난 모순은 ‘학습자의 사고 범위 제한’이었다. 일부 학습자들은 ChatGPT가 언제나 정답을 제공한다고 생각하다 보니 ChatGPT의 발화에 맞추어 본인의 사고가 제한됨을 느끼고 있었다. 스스로 생각을 할 때에도 ChatGPT가 발화한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만 사고를 확장하고자 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 아이(ChatGPT)의 답을 보면 제가 다른 생각은 하지 못하고 ‘그거 좋은 생각인데?’가 되니까 사람들끼리 논의하거나 물어볼 때처럼 확산적인 사고를 하거나 뭔가 완전 새로운 발상을 하기는 좀 제약이 있는 것 같아요.” (P01)
“일단 ChatGPT가 정답이라는 느낌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제가 자기주도적으로 생각하기보다 이 친구(ChatGPT)가 말해주는 것 안에서 움직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약간 오늘 하면서 너무 여기 안에 갇혀서 생각한다고 느꼈어요.” (P11)
여기서 눈에 띄는 점은 ChatGPT에게 의존하였다고 느낀 학습자들은 모두 이를 바람직하거나 적절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인정하고 지적했다는 점이다. 개인적 성장 혹은 발전이나 사고력 확장에 있어서 ChatGPT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전혀 좋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었다. 이에 학습자들은 계속 ChatGPT와 함께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필요 이상으로 ChatGPT한테 의존하지 않기 위하여 본인의 역할이나 책임을 분명히 하여야겠다고 성찰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로 미루어보았을 때, 활동 시스템 내 주체 요소의 1차 모순은 주체로 하여금 활동 시스템 내 주체의 역할에 대하여 고민하고 성찰하도록 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시스템의 진화를 이루어가는 데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판단된다.
4.2 ChatGPT와의 상호작용을 통한 글쓰기 활동 시스템의 2차 모순: 학습자-ChatGPT 간 모순
학습자들은 글쓰기 과제를 완수함에 있어 ChatGPT와 직접적으로 상호작용하였기 때문에 특히 ChatGPT와의 관계에서 모순을 경험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인간 발화자와 달리 감정이나 의도를 포함하지 않는 ChatGPT로부터 답답함을 느꼈으며, ChatGPT가 본인의 주장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모습을 잘 보이지 않음에 아쉬움을 표하였다. 또한 ChatGPT가 거시적인 목표를 이해하고 협력에 임하고 있는지에 관하여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이에 연구자가 도출한 상위 코드 세 가지는‘인간과 다른 ChatGPT로 인한 답답함’, ‘부족한 티키타카’, ‘우리가 같은 목표를 향하고 있는가?’이다.
인간의 언어와 달리 ChatGPT의 언어 즉 ChatGPT가 생성하는 텍스트는 그 텍스트를 생성해낸 주체인 발화자의 감정이나 의도를 포함하지 않는다. 첫째, 대화 참여자인 두 주체 중 한 주체만 감정을 느낄 수 있고, 이를 언어에 담아낼 수 있다. 이로 인하여 학습자들은 ChatGPT가 인간의 언어를 모방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인간답지는 않은 것 같다’고 느끼기도 하였다. 또한 학습자들은 ChatGPT와 대화를 나누더라도 진짜로 마음이 통한다고 느끼지는 못하였다고 언급하였는데, ChatGPT의 발화에는 주관적인 감정이나 개인적인 판단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공감이 이루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간 같지 않은 면모가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중략) 거기에 뭔가 GPT의 주관적인 감정 판단이 없어서 그냥 모두가 납득할 만한 제너럴한(보편적인) 답변을 내놓은 것 같았어요.” (P03)
“‘얘가 내 마음을 이해하는구나’라거나 ‘이 정도의 깊이까지 생각을 하는구나’라는 건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중략) 저는 언어라는 것은 사실 문화를 담고 있는 하나의 그릇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제가 생각했을 때 ChatGPT는 문화와 그런 사회적 통념과 흐름이 담긴 틀 안에서 말을 한다기보다는 말을 나열하는 듯한 느낌이 더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P05)
“왜냐면 대화는 좀 마음이 통해야 되는데 ChatGPT랑 얘기할 때 진짜 마음이 통한다고 느껴지지 않아요.” (P10)
학습자들은 ‘인상 깊었던 부분’ 등과 같이 실제로 무언가를 감정적으로 느껴야만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ChatGPT가 인간보다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따라서 읽은 글에 대한 가치 판단을 내려야 하거나 인상 깊었던 부분에 관하여 이야기하는 데에 있어서는 ChatGPT와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언어 내 뉘앙스의 부재로 인하여 학습자들은 인간 간의 대화와 인간-ChatGPT 대화가 많이 다름을 느끼며 어려워하기도 하였다. 또한 글을 이해하는 과정 중 주관성이 녹아나는 부분에서는 ChatGPT와 입장 차이를 겪기도 하였다.
“사람이랑 말할 때는 언어에 약간 뉘앙스나 분위기가 있는데, ChatGPT는 그런 게 없으니까 오히려 이런 글쓰기를 함께 하거나 의견을 교류할 때는 더 힘든 것 같아요.” (P08)
“실제로 사람이랑 말했을 때랑 확연히 차이가 났던 것 같아요. 저는 감정적으로 와닿았던 부분에 관해 말을 하는데 ChatGPT는 그런 감정이 없잖아요. (중략) 저는 사실 제 마음에 와닿았던 거를 주제라고 느끼고 있었는데 ChatGPT는 그렇지 않으니까 서로 말하는 포인트가 조금 다르더라고요.” (P05)
기존에 많이 경험해왔던 인간 동료와의 대화에 익숙한 학습자들은 대화 상대로서의 ChatGPT에게 이질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이 대화의 지속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다. 학습자들은 해당 모순을 완화하기 위하여 ChatGPT가 할 수 없는 영역을 직시한 후 ChatGPT에게 감정과 관련된 대화 주제는 꺼내지 않음으로써 대화를 이어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둘째, 대화에 의도를 부여하는 인간 학습자와 달리, ChatGPT는 대화에 의도를 부여하려고 하지 않는다. 학습자들은 ChatGPT가 학습자의 발화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고 느끼며, 대화에 있어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하였다. 특히 학습자 P02는 인간 간의 대화에서는 맥락에서 조금 벗어난 발화들이 등장하더라도 무리 없이 대화가 흘러갈 수 있는 반면, 학습자-ChatGPT 대화에서는 학습자의 발화가 맥락에서 조금 벗어나면 ChatGPT가 계속 틀린 답변을 제시하거나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등 한계가 나타나는 것 같다고 언급하였다.
“제 질문의 핵심이나 의도를 파악 못 하고 이렇게 길게 말하는 것도 그렇고. (중략) 눈을 안 보고 얘기한다거나 말의 핀트를 못 잡는다거나 그런 사람이랑 얘기하는 느낌이에요.” (P05)
그러나 학습자들은 이와 같은 모순을 해결하기 위하여, ChatGPT가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 재차 요구하거나 더 자세히 설명하여 대화를 이어가고자 하였다. 이와 같은 모습에서 학습자와 ChatGPT 간의 모순은 학습자의 대화 지속 의지 등을 통하여 완화 또는 해결될 수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너 완전히 잘못 알아들었어. 본문에 내가 말한 내용을 넣으라는 게 아니라 그에 대해 네가 제시한 예시 속 내용이 부족하니까 예시를 보완하라는 거야” (P04, ChatGPT와의 대화)
학습자들이 ChatGPT와 대화하면서 어떤 의견을 제시하거나 주장을 펼치는데, 이것이 ChatGPT의 이전 발화와 다를 경우, ChatGPT는 본인의 말을 끝까지 고수하기보다는 상대에게 무조건적으로 동의해주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하여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ChatGPT와의 상호작용을 이끌어갈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학습자들이 있었던 반면, 의견의 주고받음을 통해 사고를 확장하거나 조금 더 적절한 결정을 내리는 데에 도움을 받고자 한 학습자들은 이 부분에 대하여 아쉬움을 표하였다.
“주관적인 내용에 관한 대화에 있어서는 ChatGPT가 자기 말이 맞다고 끝까지 주장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그렇게 의견이 다를 수 있는 갈등 상황에 직면했을 때 ChatGPT의 주장에 대한 신뢰도가 현저히 떨어진다고 생각해요. 이런 부분이 개선되면 함께 학습을 해나가는 데에 훨씬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P04)
과제 수행 과정을 통해 무언가를 학습하여 성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학습자들은 ‘나는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데, 너는 어때?’와 같이 질문하며 ChatGPT의 의견을 유도해보려고 노력하였다. 이에 대한 ChatGPT의 답변을 보며 ‘이런 생각도 할 수 있구나’라고 관점을 확장하기도 하였으나, 결국 ChatGPT와의 상호작용을 통해서는 인간 동료 학습자와 그러했던 것과 유사한 수준으로 서로 다른 생각을 주고받으며 사고를 확장해 나가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 모습을 보였다.
“ChatGPT 같은 경우에는 그냥 일방적으로 대답을 내놓는 형식이다 보니까 제가 스스로 사고할 때 도움이 되지 않아요. 정답을 제시해주기는 하지만요. 그래서 과제의 퀄리티를 높일 때는 ChatGPT가 도움이 되겠지만, 이 칼럼을 진짜 제대로 이해해서 비평을 쓰고 싶을 때는 저는 인간과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요.” (P11)
대화를 시작함에 있어서 혹은 그 안에서 새로운 주제로 대화를 전환함에 있어서 항상 인간 학습자의 발화가 ChatGPT의 발화에 선행한다. 이에 학습자들은 인간 동료와 협력할 때 동료가 던지는 질문으로부터 사고를 확장해가는 경우가 많은 것에 반하여 ChatGPT와의 대화에서는 해당 경험을 할 수 없음에 안타까움을 표하였다. 이에 ChatGPT가 먼저 대화를 시작하거나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된다면 본인의 사고를 발산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하였다.
“친구랑 하면 친구도 저한테 물어보고 그러면 제가 또 다른 생각을 할 텐데, 지금은 제가 생각하고 ChatGPT한테 일방적으로 물어봐야 하니까….” (P02)
“ChatGPT는 제가 물어보는 거에 대해서 답변은 해주지만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라고 되려 질문을 해주지는 않기 때문에…. 근데 저는 친구들이랑 같이 과제할 때 ‘너 이렇게 얘기했잖아. 근데 이 부분은 무슨 말이야?’ 이렇게 질문을 해주는 부분에서 제가 다시 보고 이해하고 이렇게 깨닫는 과정이 되게 많거든요.” (P11)
학습자들은 역시나 이와 같은 모순을 극복하고자 대안을 찾고 있었는데, 실제로 이들은 사고를 발산하기보다는 이를 정리하고 다듬기 위해 ChatGPT와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주로 학습자 본인의 생각을 조금 더 논리적이고 풍부하게 정리하거나 혹은 본인이 이미 가지고 있는 생각을 글로 표현해 주는 데에 있어 ChatGPT의 도움을 받는 모습을 보였다.
본 연구에서 탐색하는 활동 시스템에서 학습자와 ChatGPT의 협력을 통하여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를 설정하는 주체는 학습자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설정한 목표를 ChatGPT와 목표를 공유한 것 같냐는 인터뷰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학습자들도 있었고,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 학습자들도 있었다. ChatGPT와 목표를 공유하지 않았다고 대답한 학습자들은 ‘ChatGPT는 학습자가 요구하는 내용에 답변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생각하였다. ChatGPT는 학습자의 발화 자체에만 집중하여 그것에 맞는 답변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삼을 뿐 그 발화가 어떤 목적으로 생성되었는지 그리고 대화 전체를 통하여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는 거시적으로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근데 얘(ChatGPT)는 큰 목적은 모른 채로 그냥 제가 주는 질문에 대한 대답만 하는 거니까 왜 하는지 모르잖아요. 제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는 모르니까…. ” (P06)
“그러니까 결과적으로 뭔가 같이 과제를 완성한다고 보는 것은 맞는 것 같은데, 어쨌든 저는 이 과제를 완성하는 게 목표지만 ChatGPT는 제 질문에 대해 이렇게 답을 주는 게 더 목표인 거니까 그게 약간은 다른 것 같아요.” (P09)
ChatGPT와의 대화를 시작하기에 앞서 오늘 대화를 통해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목표를 설정해준 학습자 또한 ChatGPT가 대화에 참여하는 동안 본인처럼 그 목표를 계속 인지하고 있지는 않았다고 언급하였다.
“왜냐하면 질문 하나하나에 대해서는 뭔가 서로의 목표가 일치했는데, 하나의 비평을 쓰기 위한 전체적인 궁극적인 목표는 (ChatGPT가)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어요. 사실 저는 계속 (궁극적인 목표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잖아요. 근데 ChatGPT는 제가 처음에 말해줬지만 잘 기억을 못 해요.” (P10)
그러나 모든 학습자들은 스스로가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주체적으로 ChatGPT와의 상호작용을 이끌어 나가고자 노력하였으며, 대부분은 ChatGPT가 결국 본인과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응답하였다. 이는 해당 활동 시스템의 작용에 있어서 목표를 설정할 수 있는 유일한 주체인 학습자의 역할이 핵심임을 보여준다.
5. 논의 및 결론
5.1 논의
본 연구는 ChatGPT와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글쓰기 과제를 수행한 대학생의 사례를 통하여 학습자의 경험에서 드러난 모순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1차 모순으로는 학습자 내에서 발생하는 모순이 확인되었는데, 학습자들은 ChatGPT와의 상호작용으로 인하여 스스로 사고하는 부분이 줄어들었으며 사고의 범위 또한 제한되었음을 느끼고 이에 대한 고민을 드러내었다. 이들은 혼자 혹은 친구들과 글쓰기 과제를 수행할 때와 달리 ChatGPT에게 예상보다 더 많이 의존하게 되었음을 깨닫고 있었다. 원래는 본인이 시간을 들여 생각하고 고민하여 답을 찾아내야 했던 부분에서 즉각적으로 답변을 제시해 줄 수 있는 ChatGPT를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ChatGPT와 함께 글쓰기 과제를 수행하고 난 이후에 돌아보니 본인이 과제 수행에 그렇게 크게 기여하지 않은 것 같다는 것이었다. 선행 연구에서도 학습자들이 글을 쓰거나 공부할 때 ChatGPT에 많이 의지하여 스스로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음이 확인된 바가 있다[38, 41]. 이는 인지적인 작업을 인공지능 시스템에게 맡길 경우, 인간의 비판적 사고력과 독립적 문제 해결 능력이 감소하는 위험이 존재할 수 있다는 Ray와 Das(2024)의 우려와도 맥을 같이 한다[16]. 여기서 눈에 띄는 점은 학습자들 스스로가 이 점을 아쉬워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더 적은 시간 내에 더 적은 노력으로 글쓰기를 완성할 수 있음에 만족하기보다는 ChatGPT와의 상호작용으로 인하여 본인의 역할과 비중이 줄어들 수 있음을 인지하고 이를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자기 주도적 학습이나 글쓰기 교육에서 ChatGPT를 학습자의 파트너로 제시함으로써 학습자의 자율성을 촉진할 수 있다는 선행 연구와 같이[42, 43], ChatGPT와의 상호작용을 통한 학습을 통해 학습자 스스로 학습에의 참여 의지를 다지고 본인의 자율성을 이끌어 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이에 본 연구는 학습자가 주체로 존재하는 활동 시스템에서 학습자들 스스로가 학습자-ChatGPT 상호작용 관계에 있어 주체성을 잃지 않으려는 의지를 가지는 것이 매우 중요함을 시사하는 바이다.
눈에 띄는 2차 모순으로는 학습자와 ChatGPT와의 상호작용 사이에서 발생하는 모순이 확인되었다. 먼저 학습자들은 ChatGPT의 발화가 인간의 발화와 달리 감정이나 의도를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공감을 바탕으로 한 대화가 불가능하다는 점에 아쉬움을 표하였다. 또한 ChatGPT와 의견을 주고받으며 본인의 사고를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였던 학습자들은 ChatGPT의 순응적인 태도에 실망을 드러내었다. 인간 동료 간의 상호작용처럼 상대의 입장을 서로 반박하며 적극적으로 의견이나 사고를 확장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 학습자는 결국 진정한 사고력이나 글쓰기 능력을 신장시키기 위해서는 인간 동료와 상호작용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성찰하기도 하였다. 이는 ChatGPT의 글쓰기가 효율성이나 객관성 측면에서는 더 뛰어날 수 있지만, 글의 숨겨진 의미나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여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을 따라올 수는 없다고 정리한 이미옥(2025)의 주장과도 맥을 같이 한다[44]. 한편, ChatGPT가 인간-ChatGPT 협력의 궁극적인 목표를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에 의문을 제기한 학습자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다양한 모순을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학습자들은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각자 노력하고 있었다. 학습자들은 감정적 교류가 쉽지 않은 상대인 ChatGPT에게 주관성을 요구하지 않는 범위에 한정하여 대화를 건네었으며, ChatGPT에게 계속 말을 걸거나 캐물어 다양한 답변을 제시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적극적인 의견 교환이 일어날 수 있도록 힘쓰고 있었다. 또한 본인이 설정한 목표로 상호작용을 끌고 가기 위하여 주기적으로 ChatGPT에게 본인의 목표를 언급해주거나 ChatGPT가 목표에 걸맞지 않는 답변을 제시할 경우 답변을 재요청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관련하여 이영애(2024)의 연구에서도 학습자들이 ChatGPT의 답변을 그대로 수용하기보다는 본인이 가지고 있던 생각에 부합하도록 수정하여 글쓰기를 마무리하였다는 점이 확인된 바가 있으며[45], 이를 통해 학습자는 ChatGPT와의 의견 불일치라는 모순을 맞닥뜨리더라도 본인이 설정한 방향으로 ChatGPT와의 상호작용을 끌고 가는 능력을 발휘하여 해당 모순을 극복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이는 결국 해당 활동 시스템의 진화를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모순의 해결이나 극복이 핵심적이며, 이에 있어 목표를 설정하는 유일한 주체인 학습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함을 시사한다.
지금까지 도출된 내용을 근거로 본 연구에서 도출하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ChatGPT는 인간이 아님에도 인간 학습자의 대화 상대가 될 수 있지만, 여전히 그것이 인간 학습자를 대체할 수는 없다. 이와 관련해서는 본 연구에서 이미 학습자-ChatGPT 간 모순을 확인한 바가 있다. 그러나 여전히 본 연구는 교수학습 생태계에 새로이 등장한 생성형 인공지능 ChatGPT의 역할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논의해보고자 한다. 인간이 아님으로 인하여 학습자와 ChatGPT 사이에 2차 모순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학습자의 대화 상대로서 지니는 장점 또한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ChatGPT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ChatGPT는 언제 어디서나 학습자와의 대화에 참여할 수 있으며 학습자의 발화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학습자는 본인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ChatGPT와의 대화를 시작하거나 지속할 수 있다. 더불어 인간 동료 학습자와의 대화에 있어서 상대의 의견에 반박하는 발화를 제시하는 상황에서의 조심스러웠던 상황 등이 ChatGPT와의 대화에서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어 학습자들은 편하고 적극적으로 대화에 임할 수 있다. 학습자들은 상대의 거절이나 반대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확신으로 인하여 오히려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느끼기도 하였다. 이에 학습자의 심리적 불안을 낮춰주는 안전한 학습 환경을 제공함에 있어 ChatGPT가 그 해결 방안의 일부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둘째, 과제 수행을 공동의 목적으로 하는 학습자-ChatGPT 대화형 상호작용에서 ChatGPT가 어떻게 발전되어야 하는지에 관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학습자들은 대화를 시작하는 혹은 그 안에서 새로운 주제로 대화를 전환하는 주체는 항상 본인이어야 함에 한계를 느끼며, 동료가 먼저 던지는 질문으로부터 사고를 확장하는 경험을 할 수 없음을 아쉬워하였다. 이에 ChatGPT가 먼저 대화를 시작하거나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된다면 학습자 본인의 사고를 발산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 바가 있음에 근거하여, 학습자의 사고의 확장 정도와 더불어 학습자가 대화에 임하는 태도 또한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바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이와 같은 부분을 반영한 ChatGPT의 기술적 개선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음을 제안한다.
셋째, 본 연구는 글쓰기라는 창조적 행위의 주체로서의 인간의 자리매김을 다시 한번 공고히 한다. 본 연구에서 글쓰기라고 하는 것은 결과물로 도출된 텍스트의 완성도로서가 아니라 언어를 통하여 사고를 발전시켜나가는 하나의 과정으로서 그 의미를 가진다. 글쓰기란 단순히 글자의 모음이 아니라 언어를 통한 사고의 과정이 비추어진 것이다. 따라서 ChatGPT를 활용한 글쓰기에 있어 인간은 반드시 능동적 행위자로서의 위치를 점유하여야 하며, 글에 정서와 의도를 담을 수 있는 유일한 주체이기 때문에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는 바이다. 결과적으로, 글을 쓰는 생성형 인공지능의 시대에서도 여전히 글쓰기에서 인간의 역할은 배제될 수 없으며, ChatGPT와 협력하여 완성하였다고 하더라도 결국 글에 녹아나는 목소리는 인간의 것일 수밖에 없다.
5.2 결론
본 연구는 ChatGPT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글쓰기 과제를 완수한 대학생들이 어떠한 모순을 경험하였는지를 탐색하였다. 교육 현장에서의 ChatGPT 활용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진 현시점에서 ChatGPT와의 상호작용을 직접 경험하게 될 학습자의 경험을 질적으로 탐색하였다는 점에 본 연구의 의미가 있다. 특히 ChatGPT의 효과적인 측면보다는 실제로 상호작용 과정에서 학습자들이 어떠한 어려움을 경험하였고 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하여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는 점에서 선행 연구와 차별점을 가진다. 활동 시스템의 발전과 진보에 있어 모순의 발생과 극복은 필수적인 단계이기 때문에 ChatGPT 활용 글쓰기 교육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학습자가 그 과정에서 경험하는 모순과 극복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에 학습자가 경험한 1, 2차 모순을 살펴본 본 연구가 ChatGPT 활용 글쓰기 교육의 발전에 미약하게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의 한계와 그것을 바탕으로 제시하고자 하는 후속 연구를 위한 제언은 다음과 같다. 연구 참여자의 ChatGPT와의 상호작용 경험을 더 장기적으로 탐색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가 연구자가 계획한 60분 간의 ChatGPT 활용 글쓰기를 경험한 학습자 중 모순을 경험한 것으로 확인된 학습자에 한하여 사례를 선정하였기 때문에 사례로 선정된 연구 참여자들은 모두 동일하게 60분 간의 ChatGPT 활용 글쓰기를 경험한 대학생들이다. 이는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의 경험에 한정하여 탐색을 진행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추가로 ChatGPT 활용 글쓰기를 장기간에 걸쳐 경험한 학습자를 사례로 선정하여 그 경험을 탐색할 경우, 더욱 깊이 있고 다양한 모순 탐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대학이나 공교육 현장에서 장기간의 차시에 걸쳐 ChatGPT 활용 글쓰기를 수행해 본 연구 참여자들을 사례로 선정하고 그 경험에서 어떠한 모순이 발견되었는지를 살펴보는 것 또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 제언하는 바이다.
Acknowledgments
본 논문은 2020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NRF-2020S1A5C2A04092451).
본 논문은 제1저자의 이화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 석사학위논문 일부를 발췌하여 요약, 정리한 것임.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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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g, H., & So, H. (2023). The Analysis of research trends and topics about the educational use of ChatGPT. Journal of Research in Curriculum & Instruction, 27(4), 387-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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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endix
Appendix
· 2017년 이화여자대학교 영어교육과(문학사)
· 2025년 이화여자대학교 교육공학과 (문학 석사)
· 2019년~현재 경기도교육청 중등 교사(영어)
관심분야 : 학습분석학
jullianam@korea.kr
· 1987년 서울대학교 농경제학과(경제학 석사)
· 1994년 연세대학교 교육학과(교육학석사)
· 2001년 Florida State University Educational Technology(Ph.D.)
· 2008년~현재 이화여자대학교 교육공학과 교수
관심분야 : 학습분석학, 교수설계, HRD
ijo@ewha.ac.kr




